[회고록] IT 직무 전환에 대한 회고 | dasfef

2024.12.24

큰 결심에 대한 회고(IT로의 직무변경)


1. 퇴사 나는 30대가 넘은 나이에 직무를 변경했다. “중고신입” 으로써 새로운 회사 생활에 도전했다. 많이들 도전하기 무섭고 이제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까워 도전하지 못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내게는 애초에 경력이란게 없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공무원 준비만 몇 년을 하다가 부모님 몰래 집 근처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 취직했다.

인원은 적었지만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줄 정도의 수익은 보고 있던 회사였다.

≪ 2018년 첫 회사에서 동료와 ≫

믿음에 배신하는 큰 행위였지만 그래도 혼자 먹고 살려고 회사라도 취직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교적 화술이 좋았던 터라 영업에 자신이 있었고, 인하우스 영업에 대해 많은 성과를 보였다.

업무에 대해 신뢰를 얻은 탓인지 영업과 동시에 총괄마케팅 관리, 인사 업무, 총무 등 다양한 직무를 맡으며 빠르게 임원들의 눈에 띄며 과장까지 진급했다.

성과를 많이 내야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으므로 기본적으로는 박봉을 받으며 약 2년 4개월 정도 회사에 근무했다. 어느덧 일에도 익숙해지고 인간 관계에도 익숙해지니, 주변과 내가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이 SNS를 통해 들려왔고, 다들 잘 나가는 기업, 은행, 미술,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의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 상황은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태였다.

좀 더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전문직일수록 내가 더 주요한 인재 취급을 받을 수 있고 연봉도 높일 수 있을거라 판단 됐다.


그렇게 2021년 2월,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퇴사였다. 그저 맹목적으로 일이 하고 싶지 않았고, 퇴직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금을 지급받아 여윳돈이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며 놀고 먹고를 반복했다.

“전문직으로 직무 변경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만 가득했을 뿐, 어느것도 시도하거나 배우려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게을렀다.



2. 결심 2021년 12월, 부모님이 퇴직하셨다. 퇴직 선물로 부모님께 제주도 한 달 여행을 선물해 드렸다. 백수였던 나도 같이.

자차를 끌고 오랜 시간 배를 타 제주도로 가본다거나, 미술관을 처음 들러보거나, 고등어 낚시를 나가보거나, 제주도의 웬만한 오름을 올라보거나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생활했다.

2022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해 일출을 맞이하고 싶었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제주도에서 굉장히 깔끔한 일출을 지켜보았다.

≪ 2022년 1월 1일, 광치기 해변 ≫


감회가 새로웠고, 내 인생에 이런 일출을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해가 정말 둥그렇게 떠주었다.

제주도 폭설 이후 한라산에 올라 내 생에 두 번은 보기 힘든 설경도 직접 보고 책과 사진으로만 보던 백록담을 두 눈에 담는 경험을 했다.

≪ 2022년 1월 6일, 한라산 등반 ≫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고,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란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인생에 두 번은 경험하기 힘들 제주도 한 달 살이를 경험해서 였을까. 2022년 새해가 밝고 생각만 했던 도전을 실천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3. 실천 평범한 인문계 고졸 출신에 대학 중퇴인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전 회사에서의 다양한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이력서를 써내려 갔다. 지원하는 족족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게 되었고 스스로 낙심을 하던 중, 거주지 근처 작은 회사에서 인사/총무 업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집에서도 가까웠고 인사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총무 업무에 직무가 치중되어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인사나 총무 모두 동일한 직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인사 업무에 대한 지식 갈망이 컸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업무 분장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러던 중 회사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책임 분을 알게 됐다. 정확히 어떤 업무를 보고 계시는지 확인할 순 없었지만 웹사이트 운영/관리를 하신다고만 들었다.

그 당시엔 IT 직무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코드를 만지는 것만 보면 다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업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친분이 그렇게 두터운 편이 아니었다. 같이 게임할 사람이 없으면 간단하게 게임만 같이 하고 마는 정도였다.

웹사이트 운영/관리를 하시는 분은 그 분 단 한명이었고, 전문직이기에 페이가 비교적 더 쎄고 주요 위치에 있는 것임이 많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전문직이 저런 느낌이라는 것을 그 때 느끼게 되었다. 나는 전문직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첫 회사를 퇴사했던 것인데, 지금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회사 채용 계약은 3개월 간 수습 기간이었고, 나는 3개월을 마치는 달, 퇴직 의사를 표현했다.



4. 변화 1) S/W개발 및 빅데이터응용 과정 IT직무로의 변경을 위해선 공대를 다니거나 독학하는 방법이 있었다. 대학은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될 것 같아 내 나이로는 무리라 생각하던 중, 채용 사이트에서 IT 직무 교육을 국비로 진행하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서슴지 않고 바로 신청하였고, 간단한 면접 후 빅데이터 관련 교육 과정에 돌입했다.

2022.08 ~ 2023.02 까지 교육 과정이었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나 CS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해당 프로그램은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교육 프로세스여서 그런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교육을 진행했다.

파이썬과 R을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 및 QT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는 커리큘럼이었고 중간에 낙오자도 있었지만 같은 교육을 들은 인원 모두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까지 만들어 내며 좋은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I에 대한 얕지만 중요한 지식들을 습득했고, 회귀분석과 빅데이터 통계 분석 방법 등이 결국엔 AI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젝트 내용으로는 실시간 온도 분석을 통해 냉장고의 온도가 특정 온도 위로 올라가게 되면 경고를 발생시키고 LSTM 시계열 분석을 통해 이슈가 발생된 시점을 분석해 예지보전이 필요한 때를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른 프로젝트로는 기상청 날씨 데이터를 API로 받아와 실시간 날씨에 따른 이미지 변화(맑음, 흐림, 비, 눈 등)를 표현하고 원하는 지역을 콤보박스로 선택해 해당 지역의 실시간 날씨 정보를 Python QT를 활용해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Weather Project 보러가기


2) IoT 스마트솔루션 전문 인재 양성 과정 2023년 02월 앞서 받은 빅데이터응용 과정을 수료한 후 구직 활동에 나섰다. 단 6개월 간의 교육을 받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적었다. 더군다나 IT 직무로의 길이 협소한 지방의 경우 더욱 어려웠다.

계속해서 구직 활동을 하던 중, 충북대학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보고 IT관련 다른 교육이 진행중인데 들어볼 생각이 없냐는 내용이었다. 이전 교육 과정에서는 파이썬과 R만 배웠던 터라 다른 CS 지식이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승낙했다.

다시금 2023년 02월부터 08월까지 약 6개월간의 교육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모두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수월한 구직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내용으로는 객체 인식 AI(Yolo v8)을 활용해 굉장히 작은 객체인 벌레 유충을 인식하여 움직임 파악과 자동으로 벌레를 육성하는 스마트팜을 제작했다.

IoT 과정이었기에 모듈 및 배터리 연결, 모듈에 인식되는 모델 생성, 백엔드 연결, 모니터링 화면 생성 등 모든 과정을 3명이서 한 달간 작업하여 진행했다. D-Bugging Project 보러가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는 고뇌에 잠겨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는 집중력을 발견했고, 그렇게 고수하던 이슈가 해결되었을 때,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성취감” 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고민하고 수없이 수정하던 코드가 제대로 작동이 될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을 직업으로 삼는 직무를 맡았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다.

≪ 좌 : IoT과정중 / 우 : 최종프로젝트 발표 후 ≫


5. 결론 힘든 구직활동중에 단비같은 최종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현재 근무중인 화장품 제조 공정의 IT 팀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하면 늦은 나이에 원하던 직무 변경의 꿈을 이루었지만, 무엇보다도 현 시점까지 내가 맡은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어릴적부터 컴퓨터가 친구가 될 수 있겠냐 라는 질문에 나는 친구보다도 같이 생활을 하는 존재로 컴퓨터를 생각했다. 세상의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친근하다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를 통해 일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점들이 나의 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맡은 업무에는 어느정도 익숙함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세밀한 직무에 있어 전문성을 보유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전문성 선택에 앞서 다양한 직무 경험을 하며 내가 키워나가고 싶은 전문성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선수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늦었다 생각할수록 제법 아직 이른 시기이고, 불가능하다 생각할수록 제법 쉽게 해결 되는 일들이 많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친구들에게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고 자신이 선택한 상황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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